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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예수님을 다시 만난 베드로....(부활주일 연합예배로 설교문 안써도 되서 시간이 남아 그냥 소설처럼 끄적인 글) 본문
[끄적끄적] 예수님을 다시 만난 베드로....(부활주일 연합예배로 설교문 안써도 되서 시간이 남아 그냥 소설처럼 끄적인 글)
빚진자TV 2025. 4. 19. 20:20차가운 갈릴리의 바람이 나의 뺨을 스쳐 불어간다. 굳은살 가득하던 나의 손도 지난 3년간은 편안함을 얻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기적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 가르침, 그 기적, 그분과 함께하던 모든 시간이 이제는 꿈만 같다. 요한을 비롯한 다른 몇 명의 예수님의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내 손에는 다시 그물이 들려있다. 배는 파도에 흔들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 배도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다시 그물을 바다에 던졌다.
나의 주님과 처음 만났던 날도, 바로 이 갈릴리 바다였다. 주님은 나에게 그저 한 마디만 던지셨을 뿐이었다.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내 손에 그물을 던져버리고 발은 그를 따라가게 되었다. 어찌 된 영문이지 나도 모른다. 그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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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졌던 그물을 다시 들어 올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던지고 건져 올리기를 반복해도 그것에 걸려 올라오는 것은 오직 그분과의 추억뿐이었다. 즐거웠던 기억도 있었다. 주님은 나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물으셨고, 나는 망설임 없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예수님은 나를 칭찬해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때로는 어마어마한 말로 혼나기도 했다. 예수님이 고난받으시고 죽임당하실 것을 말씀하시자, 나는 곧바로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항변하며 말해버렸다. “주님 그러지 마시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님께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나에게 “사단아, 물러가라”시며 책망하셨다. 그때만큼 내가 내 인생에서 주눅 든 적도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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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뉘엿뉘엿 지면서 석양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고기는 계속 잡히지 않았다. 3년간 내 솜씨가 그렇게 녹슬었던가. 내가 예수님께 혼나던 때, 예수님은 분명 부활하실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인 것을 보면 분명 비어있던 무덤은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신을 도둑질해갔던 것이 분명하다.
유월절,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식사에서 예수님은 제자들 모두가 예수님을 버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절대로 예수님을 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그분의 최고 제자가 아닌가? 예수님이 분명 나의 고백 위에 교회가 세워지고, 음부의 권세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 하시지 않았는가? 그러니 나는 결코 예수님을 배신하거나 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진심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 했던 것이다.
“내가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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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두운 시각이 되었다. 이대로 나왔던 배가 들어가면 허탕이기에, 밤을 새워서라도 고기를 한 마리라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왜일까...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고기는 고기대로 잡히지 않고, 내 마음의 중심은 내 마음대로 잡히지 않는다. 배 위에서 주저앉아 두 무릎에 고개를 처박고 울기만을 계속했다. 그 날의 그 음성이 기억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네가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나를 부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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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밤이 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는 역시나 나오지 않았다. 햇살에 눈이 부시다. 밤을 새운 탓에, 꿈만 같은 현실이 더 꿈처럼 느껴진다. 그때 해변에서 누가 서서 배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자네들!!!!! 고기는 좀 잡으셨나? 그물을 오른편에 던져 보게나!!!!”
어이가 없었다. 밤을 새워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는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3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다지만, 엄연히 베테랑 어부 출신이다. 그런 나에게 되지도 않을 훈수를 둔다니...
그런데 왜였을까? 내 손은 왜 그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는 걸까? 나도 모르게 그의 말을 듣자마자 그가 말한 대로 오른편에 그물을 던졌다. 아니 내 손은 그물을 던져지게 움직여졌다. 나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가 말한 대로 그물을 끌어 올리자 그물이 터질 듯 무거웠다. 물고기가 그 안에 가득한 것이었다. 요한과 나는 너무 놀라웠지만, 무거운 그물을 배 위로 끌어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배는 그 한 번의 그물질로 고기로 가득 차버렸다. 요한은 무언가를 번뜩 깨달은 듯, 나에게 이야기했다. “주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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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시라고? 내가 사랑하는 예수님이라고? 주님? 정말일까?
나는 멀리 서 있는 그 사람을 다시 쳐다봤다. 갑자기 방금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저 따스함, 저 온기, 저 온유함...
주님이시다.
나는 배에서 뛰어내렸다. 물은 차가웠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나의 두 눈에서는 멈추지 않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 손으로 내 앞의 물을 헤쳐 앞으로 나가면서 입에서는 예수님을 계속 외쳤다.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나의 주님, 내 주여!”
젖은 몸을 이끌고 육지로 올라왔다. 온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에는 분명 나의 눈물도 섞여 있었으리라. 몸을 계속 움직이며 헤엄쳐 오다 보니, 마음은 좀 진정이 되었다. 예수님은 숯불과 생선, 떡을 준비해두셨다. 주님이 말씀하셨다. “와서 조반을 먹자꾸나.” 그 부드러운 음성은 틀림없는 주님이셨다. 고기와 떡을 준비해주시는 손에는 못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우리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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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예수님이 침묵을 깨셨다.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내가 주님을 사랑하느냐고?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걸까? 예수님이 재판을 받으시던 그 날 밤의 일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나는 그 날, 예수님을 배신했는데,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 때, 예수님의 말씀대로 제자들은 흩어졌고, 일부만 남아 예수님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주님이 체포되시던 순간, 모든 제자들은 다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갔다. 오직 요한만이 남아서 끝까지 예수님의 최후를 지켜봤다고 했다. 나는 예수님이 재판받던 당시까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예수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도 예수님처럼 될까 두려웠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여기에서 대답을 한 번 잘못하면, 그들은 나를 옭아 체포하여 저 대제사장의 앞으로 끌고 갈 것이 분명했다. 나는 곧바로 나의 안전을 위해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이 여자야! 나는 모르는 사람이야!”
그렇게 나는 첫 번째 예수님을 부인하고 마당으로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다.
그랬던 나에게 예수님은 지금 예수님을 사랑하냐고 묻고 계신 것이다. 나는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내가 예수님을 모른다 말하긴 했지만, 그 때의 일을 너무나도 후회한다. 나는 흐느끼며 대답했다.
“주님...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너무 복받친 감정에 눈물이 나, 차마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내 어린 양을 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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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예수님은 나에게 다시 한 번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날 밤, 이번엔 다른 여종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 사람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던 자로다! 너 역시도 그의 제자가 아니더냐?”
나는 다시 한번 부인하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맹세하며 이야기한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
예수님이 나에게 물으실 때마다, 왜 나는 자꾸 그때가 생각이 나는 것일까?
나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예수님께 대답했다.
“주님! .... 그러합니다..... 내가.... 내가 ....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문장을 다 끝맺기가 어려울 정도로 통곡하며 겨우내 끌어낸 나의 대답이었다.
한참을 울고 있었다. 예수님 앞에서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울었다. 이제는 너무 울어서 목이 다 마를 지경이었다.
예수님은 그저 이렇게 말씀하실 뿐이었다.
“내 양을 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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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음을 그치고 훌쩍이자, 예수님은 다시 또 나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세 번째 물음이셨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예수님이 재판을 받으시던 그날 밤, 내가 예수님을 세 번째로 부인하던 그 밤이 떠올랐다.
이번엔 대제사장의 종이 나에게 말했다. 예수님이 체포되시던 밤, 내가 누군가의 귀를 칼로 쳐서 떨어뜨렸는데, 아마 그 사람과 연관이 있었던 사람인지,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네가 그 동산에서 그 사람과 함께 있던 것을 내가 보지 않았느냐? 너는 갈릴리 사람이니, 그들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너의 말투에서부터 네가 그 도당인 것을 알겠다!”
나는 그 때,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저주하며 맹세한다! 나는 너희가 말하는 그 사람을 결단코 알지 못하노라!”
그리고는 닭이 울었다.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내가 예수님을 부인하리라고 하시던 그 말씀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뱉자마자 예수님과 눈을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무슨 짓을 해버린 것인가...
내가 죽을지언정,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나와 눈이 마주치신 예수님은, 고개를 돌려 나와의 눈맞춤을 피하셨다. 그건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실망감이었을까...
나는 그 길로 달려 나와 통곡하며 울었다. 그건 내 진심이 아닌데.... 나는 목숨을 다해서라도 예수님을 변호하고 배신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건 내 진심이 아닌데... 정말인데...
그리고 그 때 나와 마주치시던 그 눈빛으로, 예수님은 나에게 다시 한 번 이렇게 물으신 것이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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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두 번의 질문보다도, 나는 감정적으로 더 격해져버렸다. 이제는 대성통곡하면서 나의 마음을 예수님께 표현했다.
“예수님... 예수님... 나의 주여!!!!..... 주님이.... 주님이 모든 것을... 다 아시잖아요... 당신은 다 아시잖아요.... 내가...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내가 정말로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요.....”
엉엉 울며.... 그 날의 기억이, 나를 보시던 예수님의 그 눈빛이... 그리고 지금 나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그 눈빛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예수님의 대답은 여전히 같았다.
“내 양을 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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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
나의 과거가 어떠하든... 내가 나의 주님을 배신했든... 그런건 이제 전부 다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뜻일까..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양을 치는 일일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지금의 나에게 주시는 이 양을 먹이고 양을 돌보는 일을 지금 나에게 맡기시는 것으로 성취된 듯 하다.
나의 사명은 이제부터...
나의 주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양을 잘 키우고 양육하고 목양하는 일인가 보다.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이 원하시는 일을 그저 묵묵히 내 인생을 바쳐 수행하리다..
그렇게 다짐하며 또다시 예수님 앞에서 무릎 꿇고 흐느껴 울었다.
예수님은 그 못자국 난 손으로 나를 계속 어루만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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