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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육아, 체벌에 관한 주저리

빚진자TV 2024. 1. 10. 11:03

체벌에 관하여....

체벌은 너무나도 효율적으로 아이의 행동방향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고칠 수 있는 너무나도 간편하고 쉬운 선택이다.

체벌 없이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자 한다면 엄청난 인내심과 참을성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은 논리가 빈약하다. 말을 해도 못알아듣는다. 그렇기에 납득시키기도 어렵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설득시키고자 하더라도 쉽게 되지 않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잘못된 행동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나름의 논리로 엄마아빠에게 반박하지만 부족한 그 논리를 맹신하며 반박하기에 설득이 더욱 어렵다.

그게 아이들이다.

하지만 체벌을 활용하면 너무나도 쉽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논리적, 감성적인 설득보다도 "이러면 아픈 결과가 따라온다"는 강력한 메세지가 아이의 즉각적인 행동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고통을 피하고 싶은 욕구는 생존본능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체벌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체벌에 대해서 필요악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가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한다면 어릴 적 자신이 받은 체벌을 폭력이 아닌 "사랑의 매"로 기억하며 감사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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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반복적 체벌이 지속되어 이루어지게 된다면 논리적 설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체벌을 통해 훈육을 하는 사람의 말은 잘 듣지만, 그 외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볍게 무시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체벌이 없는 집안의 아이가 태권도장의 관장님의 말은 너무 무서울 정도로 잘 듣는 경우, 관장님 이외의 사람들이 그 아이를 통제하고 설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가정에서 아빠에게 체벌을 통한 훈육을 거친 아이의 경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의 권위가 통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경우 유일하게 아이의 훈육에 통하는 이야기는 "자꾸 그러면 관장님한테 말한다!!" "너 그럼 아빠한테 이른다!!".

그럼 그 아이에게는 관장님의 권위나 아빠의 권위는 인정되지만 선생님이나 기타 다른 사람들의 권위는 인정되지 못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과거에 그 권위가 통하던 인물이 나이를 먹고 나약해지고 늙어간다면 그 사람의 말에는 또한 권위를 잃게 된다.

결국 나에게 실제적 피해를 줄 수 있는 권력에 의한 권위에만 수긍하게 될 뿐, 논리적이고 정서적인 설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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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논리적인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어른들을 마주하곤 한다.

타인이 아무리 논리적, 감정적으로 그 사람을 설득하려 해도 자신보다도 더 강한 외부의 권력이 개입되지 않으면 생각과 행동을 고치지 않는 어른들이 있다.

합리적인 판단이 무엇인지에 대해 타인에게는 귀를 전혀 기울이지 않지만, 나보다 더 많은 자본과 권력을 소유한 사람의 말은 철썩같이 듣게 된다.

결국 그 사람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만 설득이 가능한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외의 타인의 말은 듣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그것을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

부정적 결과가 또다른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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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 원칙에 따라 훈육하고 체벌 없이 아이를 설득하는 건 정말 어렵다.

부모의 말이 아이에게 요구되는 것들 중에는 내로남불이나 아이에게 반박될만한 소지가 있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원칙에 벗어나는 부모의 행동에는 아이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부모 스스로의 행동 또한 교정해야 할 때도 있다.

아이의 행동만 바꿔서 되는게 아닌, 부모 스스로도 고쳐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나는 늦잠을 자면서 아이에게 부지런한 생활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며

나는 공부하지 않으며 아이에게는 공부하라는 요구를 할 수는 없다.

육아는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가는 과정이 아닌,

아이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먼저 성장하지 않으면
아이도 성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