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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끄적끄적] 복근이 1부 - 두 줄의 행복으로 다가온 복근이 이야기 본문
1장
“오빠! 나 사실 할 말이 있어.”
아내는 설레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일을 하던 중 잠시 휴식을 취하러 집으로 들어온 터였기에, 나는 혼자 소파에 앉아 목을 뒤로 기대며 무심한 듯 대답했다.
“응 무슨 일인데?”
“아니 무슨 반응이 그러냐?”
아내의 말에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몸통을 돌려 아내를 바라보고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했다.
“우리 자기 무슨 일로 오빠를 불렀을까?”
“야~ 그게 뭐야?”
아내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 사실... 조금 더 나중에 말하려고 했는데...”
“응, 무슨 일로 이렇게 뜸을 들이며 말하는 거야?”
아내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두 줄...”
“어? 무슨 말이야?”
“아니, 두 줄이라구!”
“뭐가?”
“임신테스트...”
말을 마친 아내는 다시 얼굴에 홍조를 띄며 수줍게 바닥을 쳐다봤다. 잠시 뒤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오빠한테 며칠 동안은 비밀로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입이 너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지 뭐야. 오빠 얼굴 보니깐 너무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나는 잠시 멍하니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기쁨의 감정이 서서히 올라왔고, 아내를 끌어안으며 큰 소리로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우리는 당장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었다. 소개팅으로 만나 6개월 만에 결혼한 터라 연애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여행도 다니고, 좀 더 신혼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내는 나와 함께 단 둘이 지내는 것도 좋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되든 우리는 상관없었다. 서로만 있으면 행복했고 잠시도 떨어져 있기를 싫어할 정도로 사랑했기에,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아이를 갖느냐 마느냐에 대한 우리의 대화는 우리가 먼저 준비된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고, 우리는 경제적으로 준비된 부모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주기를 맞췄다고는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아이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독립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까지는 되지 않아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져 신혼살림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좀 더 아껴가며 돈을 모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아내도 시집생활을 하며 결혼생활에 불만이 있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행복하다는 말을 나에게 해주는 아내였다.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할 때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아내에게 함께 산부인과에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확실하게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고 오자.”
“응 나도 그 편이 좋겠어. 두 줄을 확인은 했는데,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기 전에는 나도 아직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와 닿지가 않아.”
“얼른 준비해요 여보. 오빠는 먼저 내려가서 차 시동 살려놓고 있을게.”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초음파사진으로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아기의 모습은 아직 볼 수 없다는 의사선생님에 말에 약간은 들떠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임신 초기에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한 4주차 이후는 되어야 아기집이 보이기 시작할겁니다.”
아내는 이미 임신테스트기로 두 번이나 임신사실을 확인했지만, 의사의 말을 듣기 전에는 그게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다음 주 이후에야 정말로 확실히 임신인건지 알 수 있는 거예요? 테스트기를 해봐도 좀 실감이 안나서...”
“아뇨 꼭 그런 건 아니에요. 피검사를 통해서도 임신사실은 확인이 가능해요. 오히려 더 정확하죠. 만약에 정 하루라도 빠르게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피검사를 해보시는 걸 추천해드릴게요.”
아내는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아내가 임신테스트를 두 번이나 했다니, 임신 사실에 관하여는 이미 마음에 확신이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아내는 아니었다. 아직은 들떠있고 궁금함에 가득 찬 저 아내의 얼굴이 귀여워보였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는 전문인의 확실한 한 마디가 필요했다.
“그래요 여보. 그럼 우리 피검사만 하고 결과를 기다리자.”
그리고 나는 의사선생님께 물었다.
“내일은 어린이날이라서 휴일일 텐데, 결과는 언제 받아볼 수 있을까요?”
의사선생님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아침에 제가 전화 드려서 결과 직접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피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늦잠을 자던 우리에게 의사선생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산모님, 현재 임신 4주차입니다. 다음번에 초음파사진이랑 찍고 추후 검진 받도록 할게요.”
그렇게 복근이는 우리에게 찾아왔고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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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복근이예요.”
“뭐가?”
“복근이라구요.”
어머니께 임신 소식을 알리는 나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아이 태명은 복근이로 하기로 했어요.”
어머니는 그 말을 들으시더니 피식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아예 남자아이인걸로 잠정 결론을 내린거니?”
“왜요 복근이라니까 뭔가 근육이 많게 들려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복의 근원이 된다는 뜻이에요. 장모님이 아이디어를 던져주셨는데, 아내가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하길래 그렇게 정했어요.”
내내 바보같이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그래 네가 웃는 모습이 보기가 좋네.”
근처에서 작업하시던 아버지는 우리의 대화를 듣더니 갑자기 들어오셔서는 말씀하셨다.
“실실 쪼개고, 좋은 거 너무 티내고 다니지 마라. 팔불출 소리 듣는다.”
그리고는 다시 나가셔서 작업을 이어가셨다.
하루하루가 행복의 연속이었다. 나의 집에서 뿐만이 아니라 처갓집에서도 기쁨의 대화는 멈춰지지 않았다.
아내의 집은 모이기를 좋아하는 분위기다. 이모님 댁도 가까운 곳에 있고 할머님, 할아버님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내시기에 어렵지 않게 찾아뵐 수 있다.
할머님께서는 예전부터 계속 물어오셨다.
“애기는 언제 생기는겨?”
그럴 때마다 우리는 대답해드리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사실 아이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부터 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아이에 대한 부분은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나는 그저 ‘예 곧 기쁜 소식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며 대화를 넘겨버리곤 했다.
아내는 어렸을 적부터 외할머님의 손에서 자랐다. 장모님께서 이것저것 일로 바쁘셔서 아내를 돌보시기에 여건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내는 외할머니께 임신 소식을 알려드리는 것이 그 누구에게 알리는 것보다도 더 기뻤다. 귀는 잘 들리시지 않으셔서 아내는 큰 소리로 알려드려야 했다.
“할머니!”
“응?”
“나 애기 생겼어!”
잘 듣지 못하시는 할머님께서 그날따라, 그 말 만큼은 단 한 번에 알아들으셨다.
그리고는 허허 웃으시며 마냥 좋으신 표정을 보여주시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기만 하셨던 할머님은 한 마디 말씀만을 던져주셨다.
“조심혀. 매사에 조심혀야 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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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나의 집은 어머니 아버지가 3층에 사시고, 나와 아내가 2층에 사는 한 건물에서 살아간다. 1층은 주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작업공간이고 함께 식사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밥을 잘 해먹지는 않는다. 집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주문해서 가져와 집에서 함께 먹는 것이 일상이다. 요리는 값도 싸고 맛도 좋아 자주 애용한다. 그 날도 마찬가지로 나는 밥을 찾으러 왔다.
분식집 아주머니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는 웃으며 대답해주셨다.
“어 왔어, 조금만 기다려!”
분식집 아주머니는 특히나 정치적인 신념이 같은 사람이었기에 평소 우리는 많은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내의 임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참 아내 임신했다며?”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축하해 정말!”
그리고 아주머니는 예전에 문득 아내에게 ‘좋은 소식 없냐?’고 묻던 날을 언급했다.
“그 때 내가 짝꿍한테 그랬잖아. 좋은 소식 없냐고? 그 땐 아무것도 모르던 때였네?”
나는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혹시 그때 태몽이라도 꾸셨던 거예요? 저희도 임신소식을 갑작스럽게 알아버려서 그 땐 정말 몰랐네요.”
아주머니는 과거를 생각하듯 천장으로 시선을 향하며 말씀하셨다.
“가만 보자... 그 때가 한... 한 달 전이었지 아마? 뱃속의 아이도 지금 한 4주차 되었다며? 분명 이건 태몽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내 주변에서 아이를 가질만한 사람이 그쪽밖에 없는거야.”
꿈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나는 대뜸 아주머니께 물었다.
“어떤 꿈이었는데요?”
아주머니는 잠시 손을 멈추시고는 나에게 꿈의 내용을 설명해주셨다.
“내가 땅에서 복숭아를 줍는 꿈을 꿨거든. 이건 분명 태몽이다 생각이 들었지.”
꿈을 꾸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미신적인 것이라 치부했던 나였지만, 이번 이야기는 나와 관련된 이야기였기에 신기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과일이면 딸인 거 아닐까요?”
신이 나서 바보처럼 웃으며 묻는 나의 말에 아주머니는 맞장구를 치며 대답했다.
“그렇지, 보통 과일 꿈이면 딸이고 고추 꿈이면 아들이라더라. 아무튼 이거 다 됐으니깐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
나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담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했다.
웃음이 가득한 한 상, 행복한 가정,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느끼는 이 행복감까지, 세상 그 어떤 사람이 나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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